베풂에 대한 생각
미국에 온 지 석 달 반이 됐습니다. 돌아보면 이 기간은 받기만 한 시간이었습니다. 누군가의 차를 얻어 타고 여행을 다녔고, 누군가의 조언 덕에 보험료를 아꼈고, 가끔은 얻어먹는 외식이 그 주의 가장 좋은 한 끼였습니다. 혼자 왔다고 생각했는데, 혼자 버틴 날은 사실 거의 없었습니다.
직장에서도 그랬습니다. 동료들이 제가 적응하는 걸 정말 많이 도와줬습니다. 물론 사람 사이의 일이라 부딪히는 순간도 있었습니다. 처음엔 그게 오래 마음에 남았는데, 어느 순간 받아들이게 됐습니다. 완벽한 사람은 없고, 저를 도와준 사람들도 저와 부딪힌 사람들도 대개 같은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렇다면 어느 쪽을 기억할지는 제가 고르는 수밖에 없습니다.
『권력의 법칙』이 만든 긴장
요즘 『권력의 법칙』(The 48 Laws of Power)을 읽고 있고, 거의 다 읽었습니다. 이 책은 모든 호의를 거래로 봅니다. 호의에는 의도가 있고, 빚은 언젠가 청구되며, 그 역학을 모르는 사람은 당한다고 말합니다. 솔직히 유용한 책입니다. 세상에 그런 사람들이 있다는 걸 부정할 수는 없으니까요.
그런데 읽는 내내 마음 한쪽이 거북했습니다. 책의 렌즈로 지난 석 달 반을 다시 보면, 저를 도와준 사람들의 호의에도 계산이 있었어야 합니다. 아무리 되짚어 봐도 그렇지 않았습니다. 차를 태워준 동료도, 보험을 알려준 사람도, 저에게서 받아낼 것이 있어서 그런 게 아니었습니다. 책이 틀렸다기보다는, 책이 설명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제 주변에 실제로 있었습니다.
그래서, 갚는다는 것
"세상에 공짜 점심은 없다"는 말은 아마 맞을 겁니다. 그런데 저에게 점심을 사준 사람들은 한 번도 계산서를 내민 적이 없습니다. 그 차이를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 한참 생각했습니다.
지금의 제 결론은 이렇습니다. 받은 것을 그 사람에게 되갚는 건 거래입니다. 받은 것을 다음 사람에게 건네는 건 베풂입니다. 저를 도와준 사람들도 아마 언젠가 누군가에게 받았던 것을 저에게 건넸을 겁니다.
지금의 저는 줄 수 있는 게 별로 없습니다. 여전히 받는 시기라는 걸 인정합니다. 다만 이 빚의 목록을 잊지 않으려고 이렇게 적어둡니다. 언젠가 제가 가진 것 — 아마도 기술일 텐데 — 으로 그때의 저처럼 막막한 누군가에게 같은 것을 건넬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그게 어떤 모습일지는 아직 모르겠습니다. 모른다는 것도 그대로 적어둡니다.